사흘 사이에 날짜가 세 개 지나갔다
EU AI법(Regulation (EU) 2024/1689)의 일반 적용일은 2026년 8월 2일이다. 이 날짜는 2024년에 확정돼 2년 동안 모든 요약 기사에 실렸다. 그런데 그 일주일 전인 지금, 날짜표가 한 번 다시 그려졌다.
개정 규정 Regulation (EU) 2026/1744이 2026년 7월 8일 채택돼 7월 24일 관보에 실렸고, 7월 27일 발효한다. 이 규정의 부제는 "AI에 관한 조화된 규칙 이행의 단순화"(Digital Omnibus on AI)다. 단순화라는 말이 붙었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언제부터 지켜야 하는가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EU AI법이 8월 2일부터 전면 시행된다"는 한 문장은 절반만 맞다. 어떤 절반이 맞고 어떤 절반이 틀렸는지 조문 단위로 갈라 적는 것이 이 글의 전부다. 어느 규제가 옳은지,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다루지 않는다.
조항별 날짜 대장
왼쪽 두 칸이 2024년 원문에 적혀 있던 날짜고, 세 번째 칸이 지금 날짜다. 두 칸이 다른 줄만 이번에 움직인 줄이다.
| 적용 대상 | 2024/1689 원문 날짜 | 지금 날짜 | 움직였나 |
|---|---|---|---|
| 총칙·정의, AI 리터러시, 금지되는 AI 관행(제1·2장) | 2025-02-02 | 2025-02-02 | 그대로 |
| 범용 AI(GPAI) 모델 의무, 거버넌스, 제재 규정(제5·7·12장 등) | 2025-08-02 | 2025-08-02 | 그대로 |
| 나머지 조항 전반 — 제50조 투명성 의무 포함 | 2026-08-02 | 2026-08-02 | 그대로 |
| 제50조 2항 표시 의무 — 기존 시스템 적응 기간 종료 | 규정 없음 | 2026-12-02 | 신설 |
| 부속서 III 고위험 AI(제6조 2항) — 생체인식·채용·교육·이민 등 | 2026-08-02 | 2027-12-02 | 16개월 연기 |
| 부속서 I 제품 내장 고위험 AI(제6조 1항) — 기계·승강기·완구 등 | 2027-08-02 | 2028-08-02 | 12개월 연기 |
표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미뤄진 것은 "고위험", 미뤄지지 않은 것은 "표시"다.
왜 이 구분이 보통 이용자에게 중요한가
연기된 두 줄은 이름이 무겁지만 대부분의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부속서 III는 채용 심사·학교 평가·국경 관리처럼 특정 용도에 쓰이는 시스템 목록이고, 부속서 I은 승강기나 완구 같은 제품 안에 들어간 AI다. 이 목록을 운영하는 쪽은 기업과 공공기관이다.
반대로 연기되지 않은 제50조는 챗봇 화면과 생성된 이미지 파일에 직접 닿는다. 조문은 합성 오디오·이미지·영상·텍스트를 만드는 시스템의 제공자에게 그 출력물을 "기계가 판독할 수 있는 형식으로 표시하고 인위적으로 생성·조작되었음을 탐지할 수 있게" 하라고 적는다. 즉 이번 개정으로 규제의 무거운 쪽은 뒤로 갔고, 화면에서 눈에 보이는 쪽은 예정대로 왔다.
여기에 신설된 줄이 하나 붙는다. 2026년 8월 2일 전에 이미 시장에 나와 있던 생성형 시스템에는 표시 방식을 맞출 4개월이 주어진다. 그 기간이 끝나는 날이 2026년 12월 2일이다. 8월에 아무 변화가 보이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위반이라고 읽을 수 없는 구간이 이 넉 달이다.
제50조가 누구에게 무엇을 지우는가
이 조문이 자주 뭉뚱그려 인용되는데, 실제로는 제공자(provider)와 배포자(deployer)에게 다른 항이 걸린다. 도구를 만드는 쪽과 그 도구로 만든 것을 세상에 내놓는 쪽이 다르다는 뜻이다.
| 항 | 누구에게 | 무엇을 | 조문에 적힌 예외 |
|---|---|---|---|
| 50조 1항 | 제공자 | 사람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AI는 AI임을 알릴 것 | 합리적으로 주의 깊은 사람이 보기에 명백한 경우 |
| 50조 2항 | 제공자 | 합성 출력물을 기계 판독 가능 형식으로 표시할 것 | 보조 편집 기능, 입력을 실질적으로 바꾸지 않는 시스템 |
| 50조 3항 | 배포자 | 감정 인식·생체정보 분류 시스템에 노출된 사실을 알릴 것 | 법에 근거한 범죄 수사 목적(안전장치 조건) |
| 50조 4항 | 배포자 | 딥페이크는 인위적 생성·조작 사실을 공개할 것 | 예술·창작·풍자·허구는 제한적 공개, 텍스트는 사람이 편집 책임을 지는 경우 |
표를 만들다 보면 걸리는 지점이 있다. 2항은 도구 회사의 몫이고 4항은 그 도구로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사람의 몫이다. "AI가 알아서 표시해 주니까 나는 신경 쓸 게 없다"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가 이 두 줄의 주어 차이에 있다.
같은 날짜가 두 지면에서 다르게 읽히는 칸
개정 규정은 제5조에 금지 관행 두 가지를 새로 넣었다. 동의 없이 특정인의 신체를 묘사하는 이미지·영상·오디오를 생성하거나 조작하는 시스템, 그리고 아동 성착취물에 해당하는 자료를 생성·조작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이 신설 금지가 언제부터인지는 두 공식 지면을 나란히 놓으면 한 번에 읽히지 않는다. 집행위 AI법 서비스데스크의 이행 일정표는 2026년 12월 2일 칸에 "신설 금지 + 제50조 2항 경과조치"를 함께 적어 두었고, 개정 규정 자체의 발효일은 2026년 7월 27일이다. 이 글은 어느 쪽이 최종 해석인지 판정하지 않는다. 날짜가 중요한 위치에 있다면 요약 지면이 아니라 관보 원문의 경과규정 조항을 직접 펼쳐 읽어야 하는 칸이라고만 적어 둔다.
이런 어긋남 자체가 이 시기 규제 문서를 읽는 방법을 알려 준다. 개정이 있었던 법은 원문·개정문·요약 일정표가 서로 다른 속도로 갱신된다. 위 대장의 두 번째 칸과 세 번째 칸을 굳이 나눠 둔 것도 그래서다. 지금 검색으로 나오는 한국어 설명 상당수는 2024년에 쓰여 두 번째 칸의 날짜를 그대로 담고 있다.
한국에서 이 법을 읽는 자리
이 법이 한국 이용자 개인에게 직접 적용되는지는 이 글이 답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매일 여는 챗봇과 이미지 생성기는 EU 시장에도 제품을 내놓는 회사들의 것이다. 제품 쪽 표시 동작이 그 시장 기준에 맞춰 바뀌면 결과물은 한국 화면에도 같이 온다. 규제 텍스트를 읽는 실익이 여기에 있다.
국내 AI 기본법의 표시 의무는 이 사이트의 별도 문서에서 다루므로 여기서 되풀이하지 않는다. 두 제도를 한 문장으로 붙이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표시 대상·주체·예외가 서로 다르게 적혀 있어서, 한쪽 기준으로 다른 쪽을 판단하면 어긋난다.
정작 조문이 답하지 않는 질문도 남는다. 제50조 2항은 "기계 판독 가능한 형식"을 요구할 뿐 어떤 기술을 쓰라고 지정하지 않는다. 그 표시가 실제로 무엇이고 파일을 한 번 저장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AI 생성 표시가 어디까지 살아남나에서 이어 적는다.
원문 대장
이 글의 날짜와 조문 내용은 아래 지면에서 옮겼다. 모두 2026년 7월 26일에 연 것이다.
- Regulation (EU) 2026/1744 (2026년 7월 8일 채택, 관보 게재 2026-07-24, 발효 2026-07-27) — 고위험 적용일 연기와 제5조 신설 금지의 근거. eur-lex.europa.eu/eli/reg/2026/1744/oj
- AI법 이행 일정표(집행위 AI Act Service Desk) — 2026-12-02·2027-12-02·2028-08-02 칸의 출처. ai-act-service-desk.ec.europa.eu
- 제113조(발효와 적용) — 대장 두 번째 칸의 원문 날짜. ai-act-service-desk.ec.europa.eu/en/ai-act/article-113
- 제50조(투명성 의무) — 항별 주체·의무·예외 표의 근거. ai-act-service-desk.ec.europa.eu/en/ai-act/article-50
2026년 7월 26일 기준으로 위 네 지면에 적힌 날짜·조문·주체 구분만 옮겼다.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며 특정 사업자의 준수 여부를 판정하지 않는다. 조문 번역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므로 효력 판단이 필요하면 관보 원문을 따라야 한다. 개정이 이어지는 시기라 요약 지면과 원문의 갱신 시점이 어긋날 수 있고, 위 표의 세 번째 칸도 이후 개정으로 다시 움직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