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용 노트 (2026-05-10) — 작년에 중견기업 회계팀에서 일하는 친구의 책상을 며칠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어요. 영수증 OCR 시스템 도입 후 "월말 마감"이 평균 4일 → 1.5일로 줄었다고 했어요. 대신 새로 늘어난 일이 있었는데, AI가 처리한 결과를 검수하고 예외 케이스를 판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이 사라진 게 아니라 '단순 입력'에서 '검토와 판단'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는 게 생생한 현장 후기였어요.
위 노트의 친구 이야기가 이 글 전체를 요약해요. 일이 사라진 게 아니라 옮겨갔다는 것. 사무직과 회계가 AI 일자리 뉴스에 가장 먼저 끌려나오는 이유는 단순해요. 영수증을 옮겨 적고, 숫자를 맞추고, 보고서를 채우는 일은 규칙이 분명하거든요. 규칙이 분명하면 기계가 잘합니다. 그렇다고 '사무직이 사라진다'는 헤드라인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어요. 바뀌는 건 직업이 아니라 그 안의 일감 구성이니까요. 아래에서 무엇이 줄고 무엇이 남는지, 그 사이에서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하나씩 풀어볼게요.
1. 어떤 업무가 자동화되고 있나요?
AI가 특히 잘하는 사무 업무는 '입력 → 정리 → 출력'이 반복되는 영역이에요. 구체적으로는 이런 업무들이에요.
- 데이터 입력과 검증: 영수증, 청구서, 거래내역을 엑셀이나 ERP 시스템에 옮기는 작업은 이미 OCR과 AI로 상당 부분 자동화됐어요.
- 보고서 초안 작성. 주간 실적 보고, 월간 재무 요약, 회의록 정리는 ChatGPT나 Claude로 초안 시간을 80% 이상 줄일 수 있어요.
- 간단한 분개와 전표 처리. 규칙이 정해진 분개는 AI 기반 회계 소프트웨어가 빠르게 처리해요. 사람은 예외 처리와 검토만 맡으면 돼요.
- 문서 분류와 검색: 방대한 회사 문서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일은 NotebookLM 같은 도구로 훨씬 빨라졌어요.
이 말은 신입이나 주니어가 주로 맡던 '준비 업무'가 줄어든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업무 구조가 '많은 주니어 + 소수 시니어'에서 '적은 주니어 + AI 도구 + 시니어'로 바뀌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어요.
한국 사무직 채용공고가 3년 만에 반토막 난 이유
이건 막연한 전망이 아니라 이미 숫자로 찍히고 있어요.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이 2026년 4월 박홍배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고용24'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경리·회계사무원, 사무보조원, 전산자료입력원 등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34개 직종의 공고가 2022년 10만4,441건에서 2025년 4만5,675건으로 3년 만에 56.3% 줄었어요. ChatGPT가 퍼진 시점과 겹친다는 게 핵심이에요.
도입 현실도 이미 절반을 넘었어요. 전자신문이 2025년 8월 인용한 한국은행 가계조사 분석에서 직장인의 51.8%가 업무에 생성형 AI를 쓰고 있고, 이로 주당 업무시간이 약 1.5시간(3.8%) 줄었습니다. 응답자 50.4%는 10년 내 자기 업무의 절반 이상이 자동화될 거라 봤어요. 회계·재무 쪽은 더 빨라서, EY한영이 2025년 8월 재무·회계·감사 부서 575명을 설문한 결과 실제 AI 도입률이 1년 새 17%에서 28%로 올랐고 95%가 'AI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어요. 적용 순서는 회계처리 자동화, 이상거래 탐지, 재무예측 순이었습니다.
2. 그래도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은 뭘까요?
사무직이 전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사람이 꼭 해야 하는 일'이 뚜렷해지고 있어요.
- 판단과 책임. 회계에서 예외적인 거래나 해석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결국 사람이 판단해야 해요. 재무제표의 의미를 경영진에게 설명하는 것도 사람의 몫이에요.
- 관계와 커뮤니케이션. 세무서, 거래처, 회계 감사인과의 협의는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에요. 미묘한 맥락을 읽고 대응하는 일은 사람이 훨씬 낫습니다.
- 문제 정의. "어떤 숫자를 봐야 하는가?", "왜 이 비용이 늘었는가?"처럼 질문을 잘 만드는 능력은 오히려 더 중요해져요.
- 윤리적 판단. 회계 기준 해석, 세법 대응, 내부통제처럼 책임이 따르는 의사결정은 사람이 맡는 게 원칙이에요.
3. 살아남는 사무직의 공통점
AI 시대에 오히려 자리를 키우는 사무직에게는 공통점이 있어요. 의외로 화려한 자격증이 아니라 사소한 습관 쪽입니다.
- AI 도구를 매일 써요. ChatGPT, Claude, Notion AI를 사용 루틴에 넣어 두고, 보고서 초안이나 메일 작성을 AI에 맡겨요. 이것만 해도 업무 속도가 완전히 달라져요.
- 숫자 너머의 스토리를 읽어요. "이 수치가 왜 이렇게 나왔을까?"를 스스로 질문해요. 답은 AI가 주지만, 질문은 사람이 해야 하거든요.
- 부서 간 언어를 옮겨줘요. 재무팀의 숫자를 영업팀의 언어로 풀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쉽게 대체되지 않아요.
4.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준비
거창한 준비가 필요한 건 아니에요. 다음 세 가지만 시작해도 달라져요.
- AI로 내 업무 한 가지 바꾸기. 이번 주에 작성해야 할 보고서 하나를 ChatGPT로 초안 잡아 보세요. 한 번만 해봐도 감이 와요.
- 엑셀 대신 AI로 데이터 읽기. 엑셀 파일을 Claude나 ChatGPT에 붙여 넣고 "이 데이터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 줘"라고 해보세요. 숨은 인사이트가 나올 때가 많아요.
- 주 1회 AI 뉴스 5분 읽기. 업무에 쓰는 도구가 빠르게 발전하니, 짧게라도 최신 흐름을 따라가야 해요.
5. '27% 그룹'에 머물지, '24% 그룹'으로 옮길지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제2025-2호(2025년 2월)는 전체 근로자의 51%가 AI 노출도 높은 일자리에 있다고 봤어요. 같은 노출이라도 갈림길이 생기는데, 27%는 대체되거나 소득이 줄 수 있는 '낮은 보완도' 그룹, 24%는 AI로 생산성이 오르는 '높은 보완도' 그룹이에요. 경리·회계 입력 같은 정형 사무직이 27% 쪽 핵심으로 지목됐고요.
한국고용정보원이 2026년 5월 18일 낸 '2025~2035 정성적 일자리 전망'도 출납창구·은행·증권 사무원과 단순 회계·경리 입력을 향후 10년 대표 감소 직군으로 콕 집었어요. 두 그룹을 가르는 건 자격증이 아니라 같은 업무를 AI에 얹어 검토·판단 쪽으로 넘기느냐예요. 이번 달 마감 한 건이라도 AI로 초안을 잡아보는 것, 그 한 번이 27%와 24%를 가르는 시작점입니다.
6. 회계·재무 실무에서 바로 쓰는 AI 활용 시나리오
이론은 충분하니, 내일 출근해서 바로 시도할 수 있는 활용 예시를 정리해 볼게요. 작게 시작하는 게 핵심이에요.
- 월간 재무 보고 요약. 엑셀 손익계산서를 Claude에 붙여 넣고 "전월 대비 주요 변동 요인 5개를 표로 정리해줘. 각 항목에 추정 원인과 추가 확인이 필요한 항목을 표시해줘"라고 요청해 보세요. 30분 걸리던 정리가 3분으로 줄어요.
- 회의 안건 자동 정리. 클로바노트로 회의를 녹음한 뒤 ChatGPT에 텍스트를 붙여 "결정사항/액션 아이템/담당자/마감일을 표로"라고 요청해요. 회의록 정리가 거의 자동화됩니다.
- 업무 매뉴얼 작성. 본인이 매주 반복하는 업무 흐름을 글로 풀어서 AI에 주고 "신입이 보고 따라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정리"를 요청하면, 후임 인수인계 자료가 30분 만에 만들어져요.
- 이메일 톤 다듬기. 거래처 메일 초안을 그대로 붙이고 "정중하지만 단호한 비즈니스 톤으로 다듬어줘. 의미 변경은 금지" 같은 지시를 줘요. 회신 품질이 안정됩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Q. 회계 자격증(전산회계, 세무사 등)이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요?
A. 의미는 여전히 있어요. 자격증은 "기본 개념을 안다"는 신호이고, 그 위에 AI 활용 능력을 얹으면 시너지가 큽니다. 다만 자격증만 믿고 실무 자동화 흐름을 외면하면 5년 안에 어려워질 수 있어요.
Q. 회사가 AI 사용을 금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회사 정책을 먼저 따르고, 개인 학습 차원에서 가짜 데이터로 같은 작업을 연습해 두세요. 정책이 풀릴 때 가장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미리 익혀 둔 사람입니다.
당장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다면, 지금 배워야 할 AI 툴 글에서 출발점을 잡아 보세요. 도구 한두 개를 손에 익히는 것만으로도 위에서 말한 '검토와 판단'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다른 직군은 어떤 갈림길에 서 있는지 한눈에 보려면 직업별 AI 대체 지도에서 8개 직군을 한 표로 비교해 보세요.


